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의 역사와 배경

초조대장경은 이후 13세기 몽골 침입으로 인해 대부분 소실되었고, 현재 전 세계에 2,600여 권만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유가사지론은 현재 4권(권15, 17, 32, 53)만이 전해지는데, 권53은 그중 하나로 희소성이 매우 높습니다. 1993년 국보로 지정된 이 유산은 고려 전기의 불교 문화와 인쇄 기술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가천문화재단이 소유하여 가천박물관에서 보존·전시하고 있으며, 불교 경전의 전래와 변천 과정을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사료로 평가받습니다.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의 건축적·예술적 특징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은 1권 1축의 두루마리 형태로 제작되었으며, 크기는 가로 48cm, 세로 28.4cm입니다. 사용된 종이는 닥나무로 만든 전통 한지로, 고려시대 종이의 우수한 보존성과 질감을 잘 보여줍니다. 닥나무 종이는 섬유질이 길고 질겨 오랜 세월이 지나도 쉽게 손상되지 않으며, 먹물이 잘 스며들어 인쇄 품질을 높여줍니다. 권53의 본문은 한 장씩 접어서 만든 첩장(帖裝)이 아닌, 긴 두루마리를 말아서 보관하는 축장(軸裝) 형태로, 초조대장경 초기 간행본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방식입니다. 권두에는 ‘유가사지론 권제오십삼(瑜伽師地論 卷第五十三)’이라는 제목이 명확히 적혀 있으며, 이어지는 글자는 해서체(楷書體)로 정갈하게 판각되었습니다.
이 판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해인사에 보관된 재조대장경(고려대장경) 판본과의 차이점에서 드러납니다.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은 재조본에 비해 판수제(板首題, 각 장의 첫머리에 표시된 경전명과 권차)와 권·장·함차(函次, 대장경을 보관하는 상자의 번호) 표시의 위치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초조본은 권수제가 판의 상단 중앙에 위치하는 반면, 재조본은 하단이나 여백에 배치된 경우가 많아 서로 다른 판각 기준을 적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글자의 조각술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초조본의 글씨는 획이 가늘고 단정한 반면 재조본은 상대적으로 굵고 힘찬 필치를 보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초조대장경이 재조대장경보다 먼저 조판되었으며, 두 판본이 별도의 각수(刻手)들에 의해 제작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종이의 상태를 살펴보면, 닥나무 섬유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표면이 매끄러워 인쇄 상태가 선명합니다. 다만 1,00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종이 가장자리에는 약간의 변색과 마모가 관찰되지만, 전체적인 보존 상태는 매우 양호합니다. 두루마리 양 끝에는 축(軸)이 장착되어 있어 보관과 열람이 용이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같은 형태는 중국의 경전 제작 방식을 계승한 것으로, 고려시대 불교 전적의 전형적인 양식을 대표합니다.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은 고려 전기 인쇄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동시에, 이후 재조대장경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당시 판각 기술의 발전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핵심 자료입니다.
방문 안내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은 인천광역시 연수구 청량로102번길 40-9에 위치한 가천박물관에서 소장 및 전시하고 있습니다. 가천박물관은 옥련동 일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인천 도심과 인접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이 비교적 편리합니다. 박물관 건물은 현대식 구조로 설계되었으며, 내부에는 고고, 역사, 미술, 민속 등 다양한 분야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국보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은 박물관 내 특별 전시실에서 보관되어 전문적인 환경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해당 유산은 목판 인쇄본이므로 빛과 습도에 민감하여, 보존 상태에 따라 실물을 직접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방문 전에 가천박물관의 공식 사이트를 통해 전시 일정과 관람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물관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관람 시 안내 직원의 지시에 따라야 합니다. 주변 지역은 인천 연수구의 주택가와 교육 시설이 혼재된 곳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되어 있으나, 전시 상태가 유동적이므로 방문 시기와 조건을 미리 파악하면 보다 원활한 관람이 가능합니다.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의 가치와 의미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이 국보로 지정된 이유는 고려시대 불교 문화와 인쇄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이 유산은 기록유산 중 전적류에 속하며, 단 1권 1축의 형태로 전해지지만 그 학술적 가치는 실물 이상으로 큽니다. 초조대장경은 고려 전기의 국가적 프로젝트로 제작되었으며, 이후 원나라의 침략과 전란을 겪으면서 대부분 소실되었기 때문에 현존하는 일부 권책들은 고려 불교사 연구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특히 유가사지론 권53은 법상종의 교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텍스트로, 인도에서 중국, 다시 한국으로 이어지는 불교 경전의 전파 과정을 생생히 증언합니다.
또한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은 재조대장경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고려 목판 인쇄술의 변천 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판각 양식, 글자체, 종이 재질, 표기 방식의 차이는 당시 기술적 숙련도와 문화적 교류를 반영합니다. 고려 현종 시기 초조대장경 조판은 거란 침략이라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불교를 통해 민심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으며, 이 유산은 그러한 역사적 맥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유산 전체에서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53은 초조대장경의 유일한 실물 사례 중 하나로서, 동아시아 불교 전적 연구와 고려 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핵심적인 존재입니다. 이 유산을 통해 우리는 천 년 전 고려인들의 신앙과 예술적 성취를 직접 마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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